AI 시대 개인정보 제도 손질… "사전 동의보다 명확한 고지와 거부권 중요"
행안부·개인정보위 주최 '제3차 모두의 토론회'서 국민 90% 제도 변화 필요성 응답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형식적인 사전 동의 절차보다는 명확한 사후 고지와 실질적인 거부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인정보 보호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국민 의견이 집중적으로 제시됐다. 행정안전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제3차 '모두의 토론회'에 참가한 국민 열 명 중 아홉 명은 기존 개인정보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행정안전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1월 1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국민 195명과 관계기관 및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AI 시대 개인정보, 어떻게 안전하게 쓰일 수 있을까요?'를 주제로 제3차 모두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참가자들은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서울에서 제주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과 지역의 국민들로 구성됐다. 이날 토론회는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과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의 인사말, 이해민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의 축사를 시작으로 전문가 발제와 분임토론, 패널·플로어 토론, 설문조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AI 기술 발전에 발맞춰 현행 동의 중심의 규제 체계를 유연하게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발제자로 나선 김도승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연혁과 다양한 적법 처리 근거를 짚으며 동의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보호가 강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역시 AI가 대화 이력과 외부 서비스 정보 등을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전트 환경에서 기존 동의 제도가 지닌 한계를 짚고 새로운 접근법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김진환 웨일앤썬 대표변호사가 좌장을 맡은 패널·플로어 토론에는 김도승 교수와 김병필 교수를 비롯해 김경하 제이엔시큐리티 대표, 윤수영 한국개인정보보호책임자협의회 사무총장, 황다연 소비자와 함께 대표 등이 참여해 개인정보 이용 범위와 위험별 맞춤 보호조치를 집중 논의했다.
토론회 현장 설문조사 결과 참가자의 89.7%가 개인정보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는 60.5%가 '틀을 유지하되 AI 시대에 맞는 규정을 더해야 한다'고 답했고, 29.2%는 '제도의 기본 틀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 서비스에 개인정보가 꼭 필요한 경우 처리 방식에 대한 분임토론에서는 25개 분임 중 80%에 달하는 20개 분임이 '미리 알리고 언제든 멈추기' 방식을 택했다. 매번 동의를 받는 방식이 형식적 절차로 전락해 실질적 보호가 되지 못하고 AI 이용의 편의성과 공공 목적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저해한다는 이유다. 반면 정보 유출 우려와 기업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매번 미리 동의'를 선호한 분임은 4개(16%)에 그쳤으며 1개 분임은 의견이 균등하게 나뉘었다.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주체와 역할로는 현장 설문 응답자의 75.4%가 '기업의 위험 점검·보호 책임'을 꼽았으며, '정부의 기준 마련·실태 감독'이 74.9%로 뒤를 이었다. 기업의 보안 투자와 투명성 제고는 물론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와 국민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10월 15일부터 29일까지 총 1,333명이 참여한 온라인 사전 의견수렴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 '개인정보 동의 절차가 반복되면 형식적으로 누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는 응답이 88%에 달했다. 특히 '개인정보를 쓰기 전에 미리 동의를 받는 것보다 어디에 쓰는지 알기 쉽게 알려주고 언제든 거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문항에는 94%가 찬성표를 던졌다. 건강·금융 관련 정보처럼 피해가 큰 민감정보는 엄격하게, 그렇지 않은 정보는 유연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의견도 90%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 밖에도 온라인 사전 설문에서 응답자의 81%는 정보 활용 거부로 서비스가 덜 편리해지는 것을 감수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AI 비서가 업무를 처리할 때 다른 곳에 정보를 넘기기 전 매번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90%를 기록했다. 이용약관 동의와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의 차이를 안다는 응답은 76%, 법에 따라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쓸 수 있는 경우가 있음을 안다는 응답은 75%로 나타났다. 반면 동의 화면 내용을 다 읽고 결정한다는 응답은 51%에 머물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AI 시대 국민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기업·기관의 책임 있는 활용을 지원하는 개인정보 제도 혁신 방안을 연내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오는 11월 26일 '누구도 혼자 고립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주제로 제4차 모두의 토론회를 이어갈 계획이며, 참가를 원하는 국민은 행정안전부 누리집이나 '모두의 광장'을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이 기사에 나오는 것
- 기관·단체
- 정책브리핑
- 사업·정책
- 모두의 토론회개인정보 제도 혁신 방안
- 쟁점
- AI 시대 개인정보 동의 제도 개편사후 고지 및 거부권 보장기업 및 정부 책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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